과당 대사와 ATP·요산의 관계를 설명한 생존 가설과 식생활 해석을 다룹니다.
같은 당류여도 대사는 다르다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 인슐린의 관계는 체중과 대사 건강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설탕은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이 결합한 당입니다. 두 성분은 같은 열량을 내지만 몸에서 처리하는 경로와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포도당은 여러 조직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됩니다. 과당은 장과 간 등에서 대사되며 포도당·젖산·글리코겐 또는 지방을 만드는 경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당은 오직 간에서 지방으로만 바뀐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동위원소 추적 연구들을 정리한 논문에서도 과당의 상당 부분이 산화되거나 포도당·젖산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그렇다면 과당을 많이 먹는 식사와 비만을 연결하는 설명은 무엇일까요. 2023년 발표된 과당 생존 가설(fructose survival hypothesis)은 그 관계를 세포의 에너지 상태에서 찾습니다. 이 글은 그 설명을 따라가되, 연구 가설과 식생활 권고를 구분해 읽어봅니다.

과당 대사가 세포의 ATP를 낮춘다는 설명
ATP는 세포가 여러 일을 수행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 운반 분자입니다. 과당은 먹어서 들어오기도 하고, 몸 안에서 포도당이 폴리올 경로를 거치며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과당 대사의 초기 단계에서는 ATP의 인산기가 사용됩니다.
연구진은 특정 조건에서 과당의 빠른 인산화가 ATP와 세포 내 인산을 감소시키고, AMP가 분해되면서 요산 생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미토콘드리아의 산화 스트레스와 에너지 감지 효소인 AMPK의 작용 변화가 더해지면 에너지 회복과 지방 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산은 통풍에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가설에서는 세포 내부의 대사 신호에도 관여하는 물질로 다뤄집니다.
다만 이 설명을 과당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모든 세포의 ATP가 고갈된다고 해석하면 지나칩니다. 섭취량과 속도, 조직과 대사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혈액검사의 요산 수치 하나가 이 모든 세포 내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신호와 식욕
과당 생존 가설은 세포가 에너지 부족 신호를 받으면 먹이를 더 찾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반응이 켜진다고 봅니다. 일부 동물실험에서는 과당 대사가 식욕과 갈증, 지방 축적, 인슐린 저항성 등과 연결됐습니다. 포만감에 관여하는 렙틴 신호가 둔해지면 충분히 저장된 에너지가 있어도 섭취를 줄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도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체중은 먹는 양과 사용하는 에너지, 식욕 조절 신호의 상호작용으로 변합니다. 이 가설은 그 균형을 바꾸는 경로로 과당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비만은 수면과 활동량, 식사 환경, 유전과 약물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으므로 과당 하나로 모든 사례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과당이 포함된 음료를 자주 마신 뒤 허기가 빨리 오는 경험이 있더라도 그 느낌만으로 렙틴 저항성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액체로 마시는 당은 짧은 시간에 섭취하기 쉽다는 점, 식사의 총열량과 구성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왜 생존 경로라고 부를까
과당이 과일과 꿀 등 자연의 식품에도 존재한다는 점은 흥미로운 질문을 만듭니다. 연구진은 2020년 리뷰에서 과당 대사를 에너지와 수분을 미리 확보하는 생존 전략으로 설명했습니다. 먹이가 부족해지거나 산소와 물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지방과 글리코겐을 저장하고, 나트륨과 수분을 보유하는 반응이 일부 동물의 생존에 유리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에는 바소프레신과 요산, 미토콘드리아 대사에서 해당과정으로의 전환도 등장합니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에너지 이용 방식을 조정하는 동물의 사례들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단서로 제시됩니다. 다만 진화적 이점에 관한 해석을 현대인의 모든 대사질환 원인으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생존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있는 반응도 달고 열량이 높은 식품을 늘 쉽게 구하는 환경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가설의 핵심은 자연에 있는 과당이 악한 물질이라는 선언보다, 해당 경로가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자극되는 상황을 살펴보자는 데 있습니다.

뇌 건강과의 연결은 아직 가설의 영역
과당 대사를 알츠하이머병과 연결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뇌 안의 과당·요산 대사와 에너지 변화가 신경 기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제안하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로써 과당이 알츠하이머병의 확정된 원인이라거나 과당을 끊으면 예방·치료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질환의 발생 원인에 관한 가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자료와 임상 결과로 검증돼야 합니다. 기전이 그럴듯하다는 점과 실제 질환 위험을 얼마나 바꾸는지는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식생활에서는 무엇을 바꾸면 좋을까
가장 먼저 구분할 것은 통과일과 당이 많은 음료입니다. 과일에는 식이섬유와 수분, 여러 영양소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과당이라는 성분 이름이 같다고 해서 과일 한 조각과 설탕이 든 음료를 같은 식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WHO도 탄수화물의 주요 공급원으로 통곡물·채소·과일·콩류를 권하며, 과일주스에 들어 있는 당은 제한할 유리당에 포함합니다.
실천은 가당 음료와 잦은 단맛 간식을 줄이고, 식사의 전체 열량과 식이섬유, 단백질·지방의 균형을 살피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WHO는 유리당을 하루 총에너지의 10% 미만으로 제한하고, 5% 이하로 더 줄이면 추가적인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요산을 낮추는 식사법을 소개하는 책도 있지만, 혈중 요산을 낮추는 것만으로 비만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통풍이나 고요산혈증이 있다면 당류·음주·식사 구성과 약물치료를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더라도 단백질이나 특정 식품을 제한 없이 늘리기보다는 개인의 질환과 영양 상태에 맞춰 조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원문과 참고자료
참고한 자료와 연구를 함께 기록합니다. 자세한 설명과 정보가 적용되는 범위는 아래 원문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허락받아 재구성한 블로그 원문
- Johnson 등: 과당 생존 가설(2023)
- 사람의 동위원소 추적 연구로 본 과당 대사(2012)
- 과도한 과당 대사와 대사질환의 기전 리뷰(2018)
- Johnson 등: 진화적 생존 경로로서의 과당 대사(2020)
- 과당·요산 대사와 알츠하이머병 가설(2023)
- WHO: 건강한 식사와 유리당 섭취 권고
HINFO 발행 2026.10.28



